킬러문항인가 매력적 오답인가?
수능이 끝났습니다. 이번 수능에서 이슈가 된 문제는 여럿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핫했던 문제는 수학 과목에 있었습니다. 22번 문제가 킬러 문항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죠. 이런 주장이 제기된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2023년 6월 16일, 수능이 채 6개월도 남징 않은 시점에 수능을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윤 대통령은 말합니다.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편(카르텔)이란 말인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 “교육당국과 사교육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교육이 거대한 카르텔을 이루고 있으며 이 카르텔과 수능의 높은 난이도는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게 윤 대통령의 주장이었죠. 그러면서 킬러 문항, 100명이 풀면 1명이 맞출까 말까하는 어려운 문항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일어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평가원장이 교체되기도 했죠. 그러니까, 이번 수능, 2024년 수능에서는 각하의 디자인에 따라 킬러 문항이 없었어야 했습니다.
이후에 수능이 치뤄졌고, 언론사들의 평가가 일었습니다. 정부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몇몇 언론사들, 그러니까 연합뉴스와 YTN, 조선일보 등은 이번 수능에 킬러 문항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매력적인 오답"이 있는 문제들이 수능의 변별력을 높였다고 주장했죠. 매력적인 오답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킬러 문항이 없었음에도 변별력을 다 잡았다고 윤 정부를 찬양하는 언론도 있었죠. 언론사들이 교육 전문가들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언론사들이 합의하는 부분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수능이 "킬러 문항"에 의해서건, "매력적인 오답"에 의해서건 어려웠다는 거죠.
킬러 문항이 설령 없었다 치고(맞춘 사람이 적은 걸로 봤을 때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또, 매력적인 오답으로 세이렌마냥 수험생들을 홀리는 문제가 없었다고 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했던 사교육 타파를 위해서는 수능이 쉬워져야 했습니다만, 이에 동의하는 언론사는 없어보입니다. 매력적이 오답의 존재를 주장하는 언론사들도 결국엔 이번 수능이 어려웠다는 걸 인정하는 거거든요. 흥미로운 건 그럼에도 이 언론사들이 "사교육"을 논의에서 빼놓고 이번 수능이 완전무결했다고 주장한다는 겁니다. 매력적인 오답이라니요. 애초에 킬러문항 자체의 목적은 매력적인 오답으로 수험생들을 낚는 겁니다. KBS는 사장이 바뀌면서 순식간에 땡굥뉴스가 되었는데, 언론들이 마 대부분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겨레와 MBC 정도만 일관성을 가지고 가는 것 같네요. MBC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