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콜센터를 관두고, 휴식 없이 바로 어떤 회사에 들어갔더랬습니다. 회사 이름을 밝히면 제가 솔직하게 말하기 힘들어지니 회사 이름은 굳이 밝히지 않겠습니다. 회사에 피해를 주고 싶진 않아요.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는 회사였습니다. 정확히는 코인에 관한 네이버 카페 하나를 관리하는 회사였고, 더 정확히는 네이버 카페'도' 운영하면서 코인 투자 관련 채팅방을 운영하는 회사였죠. 여전히 비엠은 잘 모르겠고 와닿지도 않습니다. 채팅방 운영하면서 수익을 땡기는 것 같긴한데, 그것만으로 회사가 굴러갈까 싶어서 말이죠. 네이버 카페 자체는 돈이 되는 게 크게 없고, 채팅방과 네이버 카페는 서로 연동되지 않게 해두기도 했구요. 여전히 제게 미스테리인 회사입니다. 굴러간다는 게 신기하다는 점에서.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알게된 거지만, 이런 회사들이 은근히 많고, 개인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보면 다 회사에서 굴리는 것들이더군요. 굳이 코인이 관련되지 않은 것들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령, 예전 같았으면 전 "안될과학"이랑 "안될공학"이 크게 관련 없는 채널이라 생각했을텐데, 이 회사를 다니니 "안될과학"이나 "안될공학"이나 한 사무실 공유하면서 동영상 제작하고 동영상 소스 정하고 뭘 하면 잘 팔릴지 토론하고 하는 회사에 가까울 거라 생각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두 채널은 한 회사 안에서 굴려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서로의 채널을 추천하고 있거든요. "안될"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것도 사실 독특한 거라-관련성이 있다고 믿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기도 하겠지만요.
같은 맥락에서 "1분과학"처럼 "1분~"으로 시작하는 채널들도 어떤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쓰는 건가도 싶은데, 전 순진하게도 이런 것들은 개인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알아가는 게 있기는 했습니다.
알아가는 게 있긴했지만, 그런건 회사 들어가고 1주일이면 끝나는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는 배우는 게 없어요. 신세계에 대한 설레임도 없습니다. 콜센터 때도 마찬가지였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는 일주일 정도면 사라지더군요. 대강의 본질이 파악됩니다. 또, 통장을 바라보자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콜센터에서 한 달에 230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여기서도 동일하게 받았습니다. 연봉 3천만원을 제시하더군요.
시간이 아깝다 생각했던 이유는 일이 너무나도 무의미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저는 까뮈와 관련된, 정확히는 까뮈의 시지포스 신화와 관련된 영상을 봤는데, 출근해서 하는 일은 너무도 따분했고, 의미도 없는 것이, 마치 시지포스가 산으로 돌을 굴려올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심지어 코인 카페에서 코인 따위에 관한 글을 쓰면서 카페를 활성화하고 있는 저를 보면 자괴감이 솟구쳤죠. 코인 따위에 시간을 쓰다니. 이 조또 아무 의미도 없는 코인 따위를 믿는 인간인냥 코스프레를 해야 하다니. 코인 따위의 차트를 보면서 시황을 써야 하다니..난 조또 시황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데 매주 시황을 5개를 써야 하다니...차라리 고양이나 강아지 발바닥에 바르는 수분 크림을 팔았으면 자괴감이 덜했을 것 같습니다. 그건 최소 물질이 존재하는 거니까. 그런데 코인은...조또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니.
하지만 단순히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져서 회사를 나온 건 아닙니다. 바로 위에 파트장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양반이 너무 멍청하고 성격도 뜨악스러워서 도저히 같이 일을 할 수가 없더군요. 뭔 군대도 아닌데 제가 "힘들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한 번 했더니 부하는 상급자한테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말을 하고, 지가 한 말을 제가 두번인가 세 번 정도 깜박했는데, 그걸 가지고 앞으로 누락 안할 수 있게 어떻게 노력할 건지를 가지고 보고서를 써서 제출하라더군요. 그걸 또 표로 작성해서 보내달라고 하길래, 양식이라도 달라고 했더니 "보고서 몰라요? 보고서?" 이지랄을 해쌌고, 막상 컴퓨터에는 표를 작성할 수 있는 워드가 깔려있지도 않아서 표 없이 일단 써서 보내주니까 왜 표도 없는 걸 자기가 봐야 하냐면서, 왜 미완성된 걸 자기가 봐야하냐면서 또 지랄을 하더군요. 연봉이 한 4천만 되었어도 이 냔의 지랄은 받아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코인 따위를 다루면서, 한달에 230 따위를 받으면서 그 냔의 히스테리를 받기는 힘들더군요. 그래서 이번주 월요일에 연차 하나 남은 거 쓰고 그 날에 다른 회사 면접 하나 봤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화요일-어제 퇴사를 완료했죠. 화요일은 표로 된 보고서(?)를 제출했어야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차마 이건 만들어주지 못하겠더군요.
+팀장도 문제가 있었는데, 파트장에게 제출할 보고서 작업을 했다면서 "파트장에게 제출한 보고서 작성"이라고 업무보고를 올렸는데 왜 "파트장"에서 "님"을 빼냐면서 사회생활 타령하며 주말에 유튜브 보면서 압존법 공부를 해오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시바 난 니가 파트장보다 높아서 님자를 빼준거라고...그게 압존법이라고...내가 군바리 출신이라고...모르면 제발 아닥해달라고...
이런 말이 있더군요. 조직에서 본인이 가장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조직에 있으면 안된다구요. 다른 말로 하면,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도 되겠습니다. 바보들이랑 더이상 해먹을 수가 없어서 일단 나왔습니다. 되도 않는 일로 보고서 타령하던 사람에 대해서는 그 회사에서 가장 정상적인 사람들로 여겨지는 운영진들에게 말을 남겨놨고, 압존법 타령하던 애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해놓고 왔습니다. 그래도 전 확신합니다. 두 사람은 모두 앞으로 배우지 못할 거라는 거를요. 앞으로도 계속 코인이나 하면서 살 거라는 거를요.
7월부터 그러니까 4개월정도 일했던 회사를 나가는데 콜센터의 누님들보다도 퇴사하는 걸 아쉬워해주질 않아서 더 잘 나왔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 제외해도 퇴사자들한테 고생했다 한 마디도 못했던 거 같아요. 그냥 사라져있고 인사할 기회는 마련되지도 않더군요. 그냥 퇴근하듯이 "수고하세요~" 하고 나왔습니다. 좋소는 다 이런건가 싶기도 한데, 이건 너무 표본이 적은지라..판단이 어렵군요.
앞으로는 메일을 작성하고, 네이버 카페도 운영하고, 유튜브 채널도 활성화를 시켜볼 생각입니다. 별다른 건 없을 것 같고, 이렇게 활자를 만들어놓고, 이 활자 매체를 영상 매체로 바꿔놓는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비디오 에세이란 장르가 워낙 예전부터 흥미가 있었는데, 시간이 생긴 김에 열심히 해보려구요. 그렇게 영상 몇 개 작업하다가 비디오 작업하는 회사에도 한 번 지원해볼까 하고 있습니다. 언론사도 계속 지원해볼 생각이구요. 아, 토익 봐야되네. 토익 공부해야되네..
일단 저축해놓은 돈은 있으니 이걸로 버틸 생각입니다.
그전에, 홀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걸 가능케할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유튜브가 암만 흥해도 답은 없을 거 같은데. |